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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가 이걸 만든다고? …제네시스 ‘오빠차 끝판왕’ 내놓는다 [세상만車]

최기성 기자
입력 : 
2024-05-02 12:00:00
수정 : 
2024-05-06 08: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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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카, ‘자유·해방·낭만’ 상징
국산1호 오픈카, 제네시스 ‘몫’
100~200대 소량생산 가능성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그룹]
‘국산 1호 오픈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그룹]

벌써 5월입니다.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계절의 여왕’입니다. 5월과 찰떡궁합인 차종이 있습니다. 오픈카(Open car)입니다.

오픈카를 타기 가장 좋은 계절은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이 아니라 봄입니다. 봄 중에서도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이 제공하는 ‘삼위일체’를 맛볼 수 있는 5월이 제철입니다.

날씨 삼위일체는 자유, 해방, 일탈은 물론 낭만도 제공합니다. 자유와 해방을 다룬 영화에서는 주인공보다 말없이 더 주목받는 ‘명품 조연’(신스틸러)입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
오픈카 명장면으로 꼽히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사진출처=영화 스틸컷 캡처]

영화 ‘쇼생크 탈출’과 ‘델마와 루이스’에서 오픈카가 피날레(대미)를 장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오픈카가 나오는 장면만으로 영화의 주제인 자유와 해방을 설명할 수 있어서죠.

국내에서 오픈카는 ‘오빠차 끝판왕’입니다. 벤츠·BMW·아우디·포르쉐가 국내 출시한 오픈카는 여심(女心)을 유혹합니다.

“야, 타”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죠. 20~30대 남성 카푸어들도 ‘멋짐 폭발’로 여심을 흔들어 놓는다며 오픈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쿠스도 오픈카로 나왔는데
투스카니 컨버터블
투스카니 컨버터블 [사진출처=매경DB]

국내에서 1년 동안 판매되는 오픈카는 4000여대 수준입니다. 적다고 적고 많다면 많습니다.

2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오픈카는 3996대로 집계됐습니다.

4000대 가량 판매되는 오픈카 중 국산차는 없습니다. 중고차 시장에 쌍용차 칼리스타, 한국지엠 G2X, 기아차 엘란이 간혹 매물로 나오지만 모두 국산차는 아닙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입차죠.

콘셉트카는 있습니다. 기아 쏘울을 기반으로 만든 쏘울스터, 현대 투스카니 컨버터블, 기아 익씨드, 쌍용 라오켄 등입니다.

행사나 의전용으로 사용하는 쇼카도 있습니다. 현대 벨로스터 오픈카와 에쿠스 리무진 오픈카죠. 모두 기존 모델의 뚜껑을 잘라냈을 뿐이다.

오픈카는 쇼카처럼 세단이나 쿠페의 뚜껑을 잘라내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뚜껑을 따면 오픈카는 될 수 있지만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안전하지 않아서죠. 도로를 달릴 수도 없습니다. 행사나 의전 등 특수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뚜껑 따기’ 정말 어렵네
마세라티 MC20 첼로
슈퍼 오픈카인 마세라티 MC20 첼로 [사진출처=마세라티]

판매용 오픈카는 베이스 모델이 되는 세단이나 쿠페보다 더 복잡한 설계·제작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설계 단계부터 오픈카로 만들 것을 상정한 뒤 세단과 별도로 개발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세단과 달리 B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 중 앞문과 뒷문 사이에 위치),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 지붕이 없어서죠.

기존 세단이나 쿠페의 지붕을 잘라내면 강성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만으로 차에 가해지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강성을 높여야 하죠.

보강재를 추가하고, 충돌·전복 사고 때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갖춰야 합니다. 차량 성능과 연비에 영향을 주는 무게가 더 나가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톱을 여닫을 수 있는 기술력도 있어야 합니다. 소프트 톱의 경우 전문업체에 맡겨야 합니다.

소프트 톱 설계 능력, 직물 제작 능력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 2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겠죠. 세단·쿠페와 디자인만 비슷할 뿐 완전히 새로운 차입니다.

세단·쿠페보다 500만~1500만원 비싸
AAA8세대신형 911 카레라 4S 쿠페 및 카브리올레
포르쉐 911 카레라 4S 쿠페와 카브리올레 [사진출처=포르쉐]

문제는 더 있습니다. 제작 기술력을 갖췄다고 양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시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오픈카는 열어둔 지붕을 보관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탑승·적재 공간이 좁아집니다. 실용적이지는 않습니다. 복잡한 설계·제작 과정 때문에 가격도 비쌉니다.

일반적으로 베이스 모델이 된 세단이나 쿠페보다 500만~1500만원 비싼 값에 판매됩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가장 대중적인 오픈카인 미니(MINI) 쿠퍼 컨버터블은 4700만원입니다. 4130만원에 판매되는 미니 쿠퍼보다 570만원 비쌉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자주 등장하는 포드 머스탱의 경우 쿠페는 5990만원, 컨버터블은 6700만원입니다.

벤츠 E클래스를 베이스로 만들어 우아한 오픈카로 여겨지는 벤츠 E450 카브리올레는 1억1470만원, 쿠페는 1억960만원에 판매됩니다.

포르쉐는 국내에서 오픈카를 가장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픈카와 베이스 모델 가격 차이가 가장 큰 브랜드죠.

대표 모델은 카푸어 심리를 자극하는 포르쉐 911입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4는 1억8030만원이고 오픈카인 카브리올레는 1억9620만원입니다. 1590만원 더 비싸게 판매되죠.

오픈카, 돈 되는 차종은 아냐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 브랜드가 현재 판매중인 오픈카는 없습니다. 능력이 없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오픈카의 베이스 모델이 되는 세단·쿠페 제작 기술과 강성 보완 기술에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픈카 중 가장 어려운 톱 설계는 대다수 수입차 브랜드들처럼 전문업체에 맡기면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놓을 수 었었죠.

오픈카는 설계·제작·품질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적은 차종입니다.

기아 쏘울스터
콘셉트 오픈카인 기아 쏘울스터 [사진출처=매경DB]

국내에서 오픈카가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수익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못 만들었던 게 아니라 안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오픈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판매해도 손해보지 않을 자신이 있는 프리미엄·력셔리 브랜드의 전유물이 된 이유죠.

글로벌 브랜드들도 오픈카 모델을 내놨다고 모두 한국에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오픈카 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죠.

다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같은 디자인의 세단 이미지도 함께 끌어올리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산 1호 오픈카, 마침내 ‘태동’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오픈카 주행 자료 사진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국산차 브랜드도 이제는 오픈카 개발에 눈을 떴습니다. 제네시스가 국산 1호 오픈카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 위상이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 대부분이 쿠페와 오픈카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개발 필요성을 자의반 타의반 강제하고 있습니다.

국산 1호 오픈카는 제네시스 엑스(X) 컨버터블을 베이스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벤틀리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가 지난해 초 미국에서 열린 제네시스 딜러 연례회의에서 오픈카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소문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죠.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당시 미국 오토모티브뉴스는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200여명의 제네시스 딜러 앞에서 제네시스 엑스(X) 컨버터블을 양산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26년에 소량 생산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업계는 현대차가 개발·생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픈카 전문제작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벤츠와 BMW 등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도 자체 제작보다는 협업을 선호하죠. 수익성을 추구하는 볼륨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모델인 만큼 소량 생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네시스 컨버터블, ‘한국의 미’ 반영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은 콘셉트카이지만 양산 모델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쿠페, 스피디움 쿠페에 이어 제네시스의 ‘엑스 콘셉트 시리즈’ 세 번째 모델로 공개됐습니다.

이 모델은 지붕이 여닫히는 컨버터블 특성을 활용해 ‘자연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을 추구했습니다.

한국적인 미와 정서를 담은 컬러도 사용했습니다. 외장 컬러에는 신성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의 자태에서 영감을 얻은 펄이 들어간 흰색 계열의 ‘크레인 화이트’가 적용됐죠.

실내도 한국 전통 가옥의 지붕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두 가지를 적용했습니다. ‘기와 네이비’는 전통 가옥의 기와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입니다.

‘단청 오렌지’는 한국 전통 목조 건물에 무늬를 그려 넣는 채색기법인 단청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제네시스 디자인 언어 ‘역동적인 우아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오픈카답게 하드톱 문루프 등으로 개방감을 향상했습니다.

문루프는 컨버터블의 하드톱이 열리지 않더라도 차 내부로 햇빛이나 달빛이 들어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천장의 유리 패널입니다.

긴 보닛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긴 휠베이스로 품격 높은 외관도 추구했죠.

“이렇게 나오면 대박” 호평 쇄도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사진출처=현대차]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입니다.

“이렇게 나오면 대박”, “벤틀리 오픈카만큼 멋지다” 등 안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자동차 디자인 메카’이자 ‘슈퍼카 고향’ 이탈리아에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자동차 및 산업디자인 전문지인 오토 앤드 디자인이 주최한 ‘카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2023 굿디자인 어워드’, 3월에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은 기존에 나왔던 오픈카 콘셉트와 달리 바로 양산해도 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오픈카 전문제작업체와 협업해 100~200대 소량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국산차도 마침내 오픈카로 만날 수 있을까요. 다른 때보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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