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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치킨 품은 K-버거…일본을 홀렸다 [JAPAN NOW]

맘스터치 도쿄에 1호 매장

  • 입력 : 2024.04.26 14:59:44
  • 최종수정 : 2024.04.26 15:00:02
“‘눈물의 여왕’ 보나요? 이젠 일본 드라마 못 보겠어요.”

종종 식사를 함께하는 50대 일본인 남성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 때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로 K-드라마를 처음 접했는데, 이제는 본인이 먼저 찾아서 본다고 한다. 얼마 전 ‘도깨비’도 완주했고 ‘사랑의 불시착’에도 ‘엄지 척’을 건넸다. 올 2월에는 K-드라마 속 음식을 먹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치킨을 원없이 먹고 족발도 처음 경험했다고. 서울에서 ‘지짐이(전·부침개의 일본 표현)’와 함께 마셨던 막걸리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음식을 즐기는 일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에 첫발을 내디딘 기업이 많다. 지난해 11월 도쿄 시부야에 팝업스토어를 냈던 맘스터치는 4월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치킨 브랜드 깐부치킨도 같은 달 도쿄 하라주쿠에 1호 매장 문을 열었다. 맘스터치와 깐부치킨 모두 일본에서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계층이 주류인 장소를 택했다. 특히 맘스터치는 경쟁사로 지목한 맥도날드가 사업을 하다 철수한 곳에 매장을 열었다.

깐부치킨은 하라주쿠에서 가장 핫한 건물을 골랐다. 유명 건축가 히라타 아키히사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의 뜨는 복합문화상업시설인 ‘하라카도’에 1호점을 연 것. 이곳은 각종 레스토랑과 온천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넘치는 곳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맘스터치 도쿄 시부야 매장 입구. ‘한국 1위 버거’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맘스터치 도쿄 시부야 매장 입구. ‘한국 1위 버거’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韓 맘스터치, 日 시부야에 정식 매장

맘스터치가 진출한 일본 버거 시장은 일본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소위 ‘빅3’로 불리는 맥도날드와 모스버거, KFC가 가진 탄탄한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들 기업 3곳은 모두 1970~1972년에 앞다퉈 일본 시장에 문을 열었다. 일본서 사업한 이력만 50년이 넘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업계 1위는 맥도날드다. 일본 전역을 커버하는 3000여개 매장이 있고 지난해 매출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2위는 일본 토종인 모스버거다. 1300여개 매장으로 맥도날드만큼은 아니지만 주요 지하철역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3위는 KFC다. 1200여개 매장으로 모스버거보다 숫자는 적지만 매출액은 KFC가 9000억원, 모스버거가 7600억원으로 KFC가 앞선다. 한국에서는 맥도날드 대항마로 불리는 버거킹의 경우 점포 숫자가 200여개에 불과하다. 일본에는 1993년 진출해 빅3와 비교할 때는 신생 업체에 속한다.

빅3 위상이 워낙 높다 보니 국내서는 인기인 롯데리아가 일본서는 최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본롯데가 지난해 4월 해당 사업을 일본 외식 업체인 젠쇼홀딩스에 넘기면서 ‘제테리아’로 브랜드가 바뀌었다.

맘스터치가 이렇게 치열한 일본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맘스터치의 최고 경쟁력이 ‘치킨’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인이 한국산 치킨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통살 치킨을 넣은 ‘싸이버거’를 통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최대 경쟁 업체인 KFC의 치킨휠레버거에는 분쇄육 패티가 들어간다. 또 맥도날드와 모스버거 등도 유사한 치킨버거의 패티가 초라하다. 치킨 한 조각을 빵과 함께 배부르게 먹는 콘셉트로는 맘스터치가 앞선다.

‘버거’ 역시 맘스터치의 경쟁력이다. 버거라는 음식 형태를 먹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는다. 버거와 치킨이 만나다 보니 맘스터치 시부야 매장에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다.

이제 1호점을 낸 맘스터치가 10호점, 100호점으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핵심은 처음 일본인에게 선보였고 이들을 놀라게 한 맛과 품질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는지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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