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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아니라 금" 잘나가도 걱정…'1조 수출효자' K김 말라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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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시민들이 한 김밥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한 김밥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3323원-.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이다. 1년 전(3123원)과 비교하면 6.4%, 3년 전(2692원)보다는 23.4% 올랐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김값이 미쳤다”, “원가 계산하면 김밥 메뉴 접고 싶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본 김밥이 4000원, 참치 같은 추가 속 재료를 넣은 김밥은 5000원인 곳도 많다. 채소·달걀 등 대부분의 식재료가 올랐지만 주 요인은 김이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이날 마른김 1속(100장)의 중도매인 판매가는 1만400원으로 한 달 전(9362원)보다 11.1% 올랐다. 1년 전(6618원)과 비교하면 57.1% 뛰었다. “김이 아니라 금(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소매가 역시 마찬가지다. 10장 기준 1235원으로 1년 전(1005원)보다 22.9% 상승했다. 임종섭 한국김생산어민연합회장은 “30년간 제자리에 머물던 김값이 최근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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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원초(김의 원재료) 작황 부진과 이에 따른 수출량 급증을 최근 김값 상승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김 원초는 주로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재배하는데 이상 기후와 적조 발생 등으로 이들 국가에서 김 흉작이 들어, 한국산 김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류와 수온이 해조류 성장에 이상적인 조건이라 김 생산량 1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K푸드 열풍까지 더해져 김 스낵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김 재배는 하나의 산업으로 떠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마른김 수출량은 2020년 9808t(톤)에서 2021년 1만2395t, 2022년 1만3861t, 지난해 1만6771t 등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수출액 7억9100만 달러(약 1조300억원)를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해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도 얻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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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설당 김 생산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풀무원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른김 생산량은 1억4818만 속으로 10년 전인 2014년 1억3265만 속과 비교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단위시설당(1책당) 생산량이 10% 정도 줄었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수온 상승으로 김 양식을 위한 최적 수온 유지 기간이 짧아진 탓”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장기적 생산량 감소를 최근의 김값 급등의 주원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 김 생산량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줄었지만, 1~3월 누적 김 생산량은 9826만 속으로 지난해 1~3월(9351만 속)보다 늘었다. 정부는 당분간 현재의 김값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초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조미김 등 가공식품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눈치가 보여 가격을 올리지 못하지만 사실 원가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정부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급증한 수요만 생각해 단순히 생산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양질의 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섭 회장은 “종자 개발 등 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신규 면허를 발급하고 재배 면적을 늘려 생산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수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우수 종자, 육상 생산 기술 개발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장기적으로 해수온 상승, 영양염 고갈, 잦은 태풍 등으로 양질의 김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 보고 2021년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3년 이내 어민 보급형 김 육상양식 모델을 제공해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 육상 양식은 바이오리엑터(생물 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김을 재배하는 기술로, 갯병 감염을 방지하는 데다 바다 오염에 의한 중금속 등이 없어 안전성을 보장하고 사계절 내내 김 재배가 가능해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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