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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은 반도체’ K김, 육지서 키운다...사계절 생산 돌입

안병준 기자
입력 : 
2024-04-09 15:09:46
수정 : 
2024-04-09 17: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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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수조 양식한 김 첫 제품화
비건식당서 물김들깨칼국수 선봬
월 10kg 이상 육상양식 물김 생산
겨울에만 생산하던 김, 사계절 생산
바다가 아닌 수조에서 ‘황금알’ 키운다…풀무원, 육상 재배한 ‘김’ 첫 제품화

바이오리엑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육상 양식 김이 재배되고 있다. 풀무원
바이오리엑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육상 양식 김이 재배되고 있다. 풀무원

풀무원이 국내 최초로 육상에서 양식한 김을 제품화해 자체 운영중인 비건식당 ‘플랜튜드 스타필드 코엑스점’에서 판매한다. 지난해 수출 1조원을 돌파하며 황금알로 떠오른 김 산업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과 어가인구 고령화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듬에 따라 사계절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 재배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이달부터 플랜튜드 스타필드 코엑스점에서 ‘물김들깨칼국수’를 신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플랜튜드는 풀무원이 2022년 선보인 비건 식당으로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을 받아 100%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한다.

이번에 선보인 물김들깨칼국수는 바다에서 재배한 김이 아닌 풀무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육상 재배 김으로 육수를 냈으며, 눈에 보일 정도로 갈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육상양식 김은 기존의 해상양식 김과 비교했을 때 더 부드럽고 단백질 함량이 많게는 10%포인트 이상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번 육상양식 물김 메뉴 운영은 소비자 조사와 인식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 테스트 성격인 동시에 김 육상양식 기술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4월부터 플랜튜드 스타필드코엑스점에서 신메뉴로 선보이고 있는 ‘물김들깨칼국수’
4월부터 플랜튜드 스타필드코엑스점에서 신메뉴로 선보이고 있는 ‘물김들깨칼국수’

풀무원은 지난 2021년부터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김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나섰다. 이후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김류’ 육상수조식해수양식업 허가를 취득했다.

김 육상 양식은 바다와 동일한 생육 환경이 조성된 바이오리엑터(생물 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에서 재배한다. 바닷물에서 광합성을 하는 김의 특성상 수조안의 빛과 수온, 염도, 수소이온농도(pH)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풀무원은 현재 월 10kg 이상의 육상양식 물김을 생산 중이다.

육상 양식은 해상 양식과 달리 품질이 일정한 물김을 연중 사계절 생산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3~10도의 비교적 낮은 수온에서 재배되는 김은 국내에서는 겨울철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생산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해수온이 상승해 국내에서 양식할 수 있는 지역과 시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김에 생기는 질병인 갯병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작년 김 양식 생산량은 53만3248t으로 2022년(55만221t)보다 3.1% 감소했다. 어가인구의 고령화로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것도 김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풀무원 관계자는 “향후 3년 이내에 어민들에게 보급형 김 육상양식 모델을 제공하고, 풀무원은 어민들이 생산한 김을 조미김·스낵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육상양식 기술을 통해 해외 맞춤형 원물을 생산하고 수출해 국내 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7억9100만 달러(약 1조300억 원)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직전 연도인 2022년(6억48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22%가 증가한 것이다. 한때는 김의 검은색 때문에 해외에서 꺼리는 식품이었지만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입소문을 타고 김밥이 K푸드로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김은 전 세계 김 점유율 7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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