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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영화·게임만든 마블처럼 … K콘텐츠 영역파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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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콘텐츠 빅뱅 ◆
K콘텐츠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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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사 AGBO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게임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전 세계 음악 시장을 평정한 하이브가 자사가 보유한 '킬러 지식재산권(IP)'인 '아티스트' 자산을 기반으로 게임 사업에 진출하는 '영역 파괴'를 선언한 것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끊임없는 기술 고도화로 세계 가전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한국 토종 콘텐츠 기업들이 킬러 IP를 적극 활용해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활발한 K콘테츠 업계의 변신은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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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두 주자인 넥슨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넥슨은 그간 영화·TV를 비롯한 콘텐츠 분야에서 자체 IP를 강화하고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담금질해왔다. 이를 두고 넥슨이 마블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만화, 영화, 게임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디즈니'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넥슨은 최근 수년간 미국 완구 회사 해즈브로와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보유한 일본 고나미홀딩스, 세가사미홀딩스 등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IP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IP 영향력과 가치의 확산을 목표로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신설했다.

또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디즈니에 몸담으며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주역인 닉 반다이크 수석부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합병(M&A) 등 중책을 맡고 있는데 AGBO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IP 강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게임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하이브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국내 게임쇼인 '지스타 2022'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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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핵심 수익 모델과 IP 창출원으로 게임 사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성공 IP가 나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방 의장은 "BTS의 경우 팀 론칭을 했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목표밖에 없었고 여러 가지로 운이 따랐다"면서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말하면 조심스럽지만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BTS 의존도가 높은 기존 음악 사업에서 게임, 웹툰,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TF)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하이브는 2019년 리듬 게임 개발사인 수퍼브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 게임 사업 부문을 분사(하이브IM)했고, 지난 6월에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 하이브는 2020년 박지원 전 넥슨 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 같은 하이브 행보에 게임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스타 2022에서 하이브의 '게임시장 참전'이 최대 이슈가 됐을 정도다.

이에 따라 킬러 IP를 기반으로 한 K콘텐츠 기업들의 사업 융합 전략에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사다.

컴투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지분(4.2%)을 확보했다. 자사 게임 IP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접목시키는 동시에 NFT·블록체인 등을 연계한 신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도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중국 드라마 제작사 유허그미디어와 협력해 드라마 '크로스파이어'를 만들어 중국 텐센트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방영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배우 마동석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그라운드 제로',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 :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등을 선보였다. 아울러 웹툰 제작사인 와이랩과 게임 IP를 활용한 웹툰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게임에 등장하는 '도둑 너구리'를 모티브로 만든 '도구리'로 캐릭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의 '슈퍼 IP' 선점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IP를 활용한 커머스 시장도 날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강력한 IP 하나만으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출판,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수익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별도의 마케팅 비용 지불 없이도 브랜드 광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보니 'IP커머스'는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또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영화가 잇따라 흥행하며 'K웹툰'이 K팝에 이은 한류 중심으로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것도 IP커머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와 같은 강력한 IP 하나만으로 캐릭터, 브랜드, 콘텐츠 등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수익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기업에 매력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대기 기자 /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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