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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 알아서 막는다…세계 첫 마이크로캡슐 소화기 개발

고재만 기자
입력 : 
2022-11-14 16:08:35
수정 : 
2022-11-14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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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프아이 안전산업분야 제조기술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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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약제가 함유된 마이크로캡슐을 생산하고 있는 지에프아이 설비 모습. 작은 사진은 소화약제를 함유한 미세캡슐을 확대한 모습. 실제 크기는 지름 0.1㎜ 다. 【사진 제공=지에프아이】


대형 화재 사고의 시작은 항상 작은 불씨다. 작은 불씨를 제때 막지 못해 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킨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보면 화재 당시 자동소화설비 30대가 작동됐지만 초기 진화에는 실패했다.

발화와 동시에 화재를 차단할 수 있는 마이크로캡슐 소화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 있어 화제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지에프아이가 주인공이다. 지에프아이는 작은 불씨를 스스로 인지해 자동으로 진화하는 마이크로캡슐 소화기 '이지스'를 생산하고 있다.

윤성필 지에프아이 마케팅 부문 대표는 "이지스는 '신의 방패'라는 뜻인데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재난이나 화재로부터 지킨다는 뜻을 담아 소화기에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 여신에게 준 신의 방패다.

2014년 설립된 지에프아이는 안전산업 분야에서 제조혁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노비즈 기업이다. 소화약제가 함유된 마이크로캡슐을 국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 마이크로캡슐 소화기를 개발했다. 작년 매출액은 206억원이며, 직원 수는 3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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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프아이는 소화약제가 함유된 마이크로캡슐을 기반으로 소화기(자동소화 패드), 자동소방 테이프·커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로캡슐 소화기는 화재가 났을 때 소화약제가 담긴 마이크로캡슐이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스스로 터져 소화약제를 기화시키는 방식으로 불을 제압한다. 소화약제는 화학 글로벌기업 3M이 생산하는 노벡1230이다. 노벡1230은 일명 '젖지 않는 물'로 불리는 친환경 소화약제로, 소화 후 잔유물이 남지 않아 2차 피해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마이크로캡슐 안에 노벡1230을 담는 것이 핵심 기술이고, 지에프아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통해 노벡1230 캡슐화에 대한 검증도 받았다.

윤 대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배전함, 장비 컨트롤박스 등 화재 예방이 필요한 장소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에프아이는 현재 국내 배터리 제조 대기업 S사가 생산하는 UPS 배터리 커버에 자사의 '이지스 자동소화 패드'를 붙여 납품하고 있다. 패드는 다른 화재 진압 장치와 달리 전원 공급이 필요 없고 스티커 방식으로 붙이기만 하면 돼 간편하다. 배터리 내부에 불이 나 패드 온도가 120~200도로 상승하면 물보다 50배 빠른 기화 속도를 가진 소화약제가 불을 즉시 제압한다.

지에프아이는 지난해부터 제2공장을 가동하고, 회사의 강점인 '화재 조기 예방' 기술을 적용한 '자동소화 멀티탭'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멀티탭에서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혁신 의지로 인해 지에프아이는 창업 후 6년 만에 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했으며, 홍보 및 연구개발(R&D) 협력 자금 확보 등 다양한 정부 정책을 활용했다.



지에프아이는 2020년 10월 이노비즈 인증을 취득했다. 이노비즈 인증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을 선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김형영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스케일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노비즈협회는 제조 혁신에 앞장서는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우수성 홍보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에프아이는 이노비즈 인증을 비롯해 기술, 품질, 환경 등 10건의 인증을 받았다. 특허도 18건이나 된다. 작년 말에는 '미래 유니콘기업'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작년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ITS)에서 K-혁신기업 쇼케이스 대상도 수상했다. 이를 통해 제품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소방캡슐 실용화·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사업 등 혜택을 받았다.

이상섭 지에프아이 대표는 "그동안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캡슐 소화기를 개발하고, 다양한 응용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혁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화재 예방 백신'이라는 비전하에 안전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제조 혁신 이노비즈 기업을 대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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