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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가수 역차별?… 빌보드 K팝부문 신설 후 갑론을박

정주원 기자
입력 : 
2023-11-05 16:29:56
수정 : 
2023-11-05 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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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빌보드뮤직어워드 앞두고
BTS정국은 K팝 부문 후보에만
핫100 1위·13주 차트 성과낸
영어곡인데도 K팝 부문에 묶여
영향력 커진 쾌거란 반론도
사진설명
미국의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신설된 '톱 글로벌 K팝 송' 부문 최종 후보곡. BBMA 홈페이지
미국 3대 음악상 중 하나인 빌보드뮤직어워드(BBMA)가 이달 19일(현지시간) 시상식 개최를 앞두고 K팝 부문을 전격 신설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에 이은 행보다. 인구수로 보나 시장 규모로 보나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인 한국산 음악이 최대 음악 시장의 권위 있는 연례 행사에서도 한 자리 꿰찬 셈이다.

다만 방탄소년단(BTS) 등 일부 팬덤은 본상·대상 격인 비장르 부문, 소위 '주류'에서 배제당할지 모른다는 역차별 우려를 호소한다. 팝인지 K팝인지 모호한 장르적 특성이 앞으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빌보드 측은 올해 시상식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했다. 총 69개 부문으로, 9개 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이 중 4개가 K팝 관련 부문이다.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톱 K팝 투어' '톱 K팝 앨범' '톱 글로벌 K팝 송' 등이다. 신설 부문에는 K팝 외에 '아프로비츠'(서아프리카 음악 전통과 팝의 혼합 장르) 관련 부문도 2개 있다. 두 장르 모두 팝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정 지역 기반의 새로운 흐름이란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BMA는 R&B, 랩, 컨트리, 록, 라틴, 댄스, 가스펠 등 장르 별부문을 나눴고 지역적 장르로는 라틴 팝 부문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런데 후보를 발표한 후 국내외 BTS 팬덤 일각에선 '역차별'이란 비판이 나왔다. 주로 '톱 글로벌 K팝 송' 부문에만 오른 BTS 정국의 솔로곡 '세븐'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 곡은 지난 7월 발표된 후 총 113개국 아이튠스 톱 송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핫100 1위 및 13주 연속 차트 진입 등 글로벌 성과를 올렸다. 심지어 가사가 모두 영어로 돼 있는데, 이를 비장르 부문이 아닌 K팝 부문에 묶은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슈가 역시 '랩 투어' 부문이 따로 있는데도 'K팝 투어' 후보에 올랐다.

이 같은 원성은 BTS가 2020년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미국 시장에 K팝 돌풍을 일으킨 이래 반복되고 있다. 빌보드는 차트 집계 방식에서 중복 음원 다운로드 횟수,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 음반·원 다운로드 횟수를 잇달아 제외했는데 K팝 팬덤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빌보드는 지난해 11월~올해 10월 차트 성적으로 후보를 내기 때문에 정국의 경우 경쟁 곡 대비 발매일이 늦어 성적 반영이 안 됐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BBMA 최종 후보에 오른 K팝 아티스트는 총 9팀이다. 이 중 BTS 지민과 뉴진스, 피프티피프티 등 3팀은 비장르 부문에 중복으로 입후보하기도 했다. 지민의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안티 히어로', 마일리 사이러스의 '플라워스' 등과 함께 '톱 셀링 송' 후보 5곡 중 하나로 선정됐다. 뉴진스는 '톱 빌보드 글로벌 아티스트(미국 제외)'에서 배드 버니, 더 위켄드, 에드 시런, 테일러 스위프트와 겨룬다. 글로벌 인기곡 '큐피드'를 부른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는 '톱 듀오·그룹' 부문에 올랐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BTS가 K팝 부문 없이도 상을 받다가 이번에는 해당 부문에 쏠리면서 차별로 보일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진짜 차별이라면 지민, 뉴진스, 피프티 등도 아예 기존 부문에서 배제하지 않았겠나. 앞으로 시상식 측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또 "부문 신설을 통해 더 많은 K팝이 해외 시장에 소개될 장이 생겼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희윤 음악 평론가도 "지역 기반 부문을 따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엄청난 쾌거"라고 평했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가 신세대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K팝과 팬덤을 활용하려는 전략도 읽힌다"며 "방송·시상식 등은 새로운 세대의 관심도를 높이고, K팝은 세계 시장에 소개되는 윈윈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K팝의 장르적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미국 3대 시상식 중 가장 보수적 성향인 그래미어워드는 내년 2월 예정된 시상식에서도 K팝 장르를 신설하지 않고 '팝'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시상식을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빌 프라이무스 최고수상책임자(CAO)는 2021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K팝이) 한국의 팝 음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장르적 특성이 모호하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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